작성일 : 04-06-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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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서협진센터
 조회 :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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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선]
서울 강남에 사는 21살의 여대생 ㄱ양은 한여름에도 긴소매와 긴바지 옷을 고집한다. 친구들처럼 민소매 원피스도 입어 보고 싶지만, 비듬이 떨어져 나오는 팔을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건선은 처음에는 피부에 좁쌀을 뿌려놓은 듯 발진이 생기다가 온몸을 백색의 인설(비듬)이 덮으면서, 인설이 떨어졌다 발생했다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만성재발성 질환. 인종과 지리적 위치에 따라 발생빈도의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전 인구의 3% 정도가 건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전 인구의 1~1.5% 정도가 건선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남녀간에 발생빈도의 차이는 없으며 비교적 젊은층인 10~30대에 많이 발생한다. 가려움과 같은 증상은 다른 피부병에 비해 심하지 않고 주로 두피, 팔꿈치, 무릎, 엉덩이 등에 잘 생긴다. 손, 발바닥과 손발톱에도 생기는데 무좀과 비슷하여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흔하진 않으나 관절염을 동반하여 팔다리가 저리고 아플 수도 있다. 특히 건선은 햇볕을 많이 쪼이는 얼굴에는 잘 생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이러한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발표된 바이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팀이 병원을 찾은 건선 환자 2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7%(191명)에서 얼굴에 건선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얼굴에 건선이 없는 환자들에 비해 건선의 정도가 심하며 가족력이 3배 가량 높고 가려움증의 빈도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 및 개개인의 생활 패턴,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사실은 건선 환자의 경우 우리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도하게 많이 생성된 면역 물질에 의해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 세포가 너무 빨리 증식해 표피가 비듬처럼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이다.
건선은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의 하나로 알려져 왔다. 치료가 된 후에도 재발이 심해 20년씩 건선을 달고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경우 환자의 80~90%는 증상의 90% 이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 피부과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아직까지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건선이 심하지 않을 때에는 합성 비타민 D 유도체,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살리실산이나 피부연화제 등 환부에 바르는 약이 이용된다. 중증인 경우 바르는 약, 광선치료, 전신치료를 모두 시행하는 복합 치료를 실시한다. 광선치료는 자외선을 쪼이는 방법으로 치료 효과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신요법으로는 합성 비타민A 유도체(레티노이드)나 사이클로스포린 제제 등이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T세포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거나 활성화를 막는 면역억제제가 소개되어 건선 치료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연구단계에 있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김낙인 교수는 “피부외상, 세
균감염 등은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울증 치료제, 심장병이나 고혈압 치료제 등에 의해서도 건선이 악화될 수 있다.
건선은 햇볕을 쪼이는 것이 좋은데 자신의 병을 감추기 위해 환부를 가리고 피부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심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건선이 급속히 악화, 온 몸으로 퍼지는 경우도 많다.
아직 건선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만큼 건선 환자는 주위의 잘못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대응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장기간의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인내가 요구된다. 건선은 옮는 병이 아니라는 일반인들의 올바른 인식 역시 건선 환자들의 치료에 간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준규기자 jklee@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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